2012년 7월 29일 일요일

번역 핵심 노하우


1. 문장을 간결히 하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문단은 문장으로, 문장은 절로, 절은 단어로.
문장이 짧을수록 좋다는 말을 이렇게 강조한 것이지요. 물론 번역은 나 홀로 글 쓰는 작업이 아니라 남이 쓴 글을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원문을 깡그리 무시하고 마음대로 글을 창작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원작자 역시 인간이고, 우리 한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자주 실수를 저지르는 것처럼 그들 역시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저자의 실수까지 그대로 한국어로 옮기는 일도 어찌 보면 어리석은 일입니다. 마치 옆자리 학생을 컨닝하면서 틀린 답까지 베끼는 웃지 못할 일이 아닐까요.

1) 중복된 단어나 표현을 없애자
다음의 예시에는 불필요한 중복어구가 섞여 있습니다. 찾아보세요.

예문1)
소설은 흔히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꾸며서 창작한 글이라고 합니다.
[꾸미다]와 [창작]은 의미가 비슷하므로 밑줄 부분은 중복이 되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합니다.

예문2)
1940년 독일군은 노르웨이에 침입하여 영·프군을 물리쳤는데 여기에는 파시스트였던 크비슬링 노르웨이 국방장관의 도움이 컸다. 이후 크비슬링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의미로 통하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다]와 [매국]은 같은 의미이므로 역시 중복입니다.

예문3)
당시 지도부는 밤새도록 격론을 벌인 끝에 마침내 결론을 맺었다.
[결론]이라는 말은 [의논한 바를 결정지었다]는 뜻이므로 [맺었다]는 불필요한 말입니다.

예문4)
한때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구세주가 재림한다며 다가올 휴거를 미리 예비해 두자는 종교집단이 득세한 적이 있었다.
[예비]는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이므로 [미리]를 또 덧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그 외 무심코 쓰기 쉬운 중복어구

동해 바다 → 동해
고목(古木) 나무 → 고목
역전(驛前) 앞 → 역전, 역 앞
간단히 요약하다 → 간단히 하다, 요약하다
남은 여생 → 남은 인생, 여생
넓은 광장 → 광장, 넓은 장소
유산을 물려주다 → 유산을 남기다, 재산을 물려주다
푸른 창공 → 푸른 하늘, 창공
따뜻한 온정 → 따뜻한 정, 온정
배우는 학생 → 배우는 이, 학생

2. 경제적인 문장을 만들자

문장을 작성하다 보면 불필요하게 긴 문장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좀더 줄일 수 있겠는데...하는 문장 말입니다. 자 어떻게 하면 긴 문장을 좀더 짧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알아봅시다.

1)복수 표현은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문1)
많은 고통스런 경험들과 시도들, 실수들을 통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실천했습니다. 합리적인 지식들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기울임으로써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특히 영어 번역에서 이런 문장을 자주 발견합니다. 영어의 복수표현을 그대로 살려주는 것이죠. 이는 원문에 충실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언어습관에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들]이라는 복수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여간해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들]이란 표현이 많이 들어가면 문장 읽기가 빡빡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다고 아주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앞뒤 문맥으로 복수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면 굳이 [-들]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예문에서, [많은]이나 [여러 가지] 등의 단어에는 이미 복수의 개념이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뒤에 오는 체언(명사 또는 대명사, 수사), 즉 [경험]과 [시도] 따위에는 굳이 [-들]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고통스런 경험과 시도, 실수를 통해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실천했습니다. 합리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 [-것], [-것이다]는 없을수록 좋다

예문1)
형이상학이라는 것은 일체의 궁극적 실재근거로서의 신의 지식이라는 것이고, 그와 같이 고귀한 것으로서 [지혜]라고도 불렸다는 것이다. 형이상학이란 명칭은 제1철학에 관한 책이 1세기의 안드로니코스에 의한 전집 편찬에서 자연학에 관한 책 다음에 놓여 [자연학 다음의 책(ta meta phsica)]라고 불렸다는 데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실제 번역문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하기란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장을 구사하는데, 적어도 여러분만큼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것]이란 [것]은 없을수록 좋은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저명한 중견 작가는 이 [것]이란 [것]을 작품에서 하나도 쓰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것]까지는 없을 [것]이지만 한 문장에서 두 개 이상의 [것]이 나온다거나 두 문장 이상 연달아 [-것이다]는 식으로 끝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

형이상학은 일체의 궁극적 실재근거로서의 신에 관한 지식이고, 그처럼 고귀한 의미에서 [지혜]라고도 불렸다. 형이상학이란 명칭은 제1철학에 관한 책이 1세기 안드로니코스가 편찬한 전집에서 자연학에 관한 책 다음에 놓여 [자연학 다음의 책(ta meta phsica)]라고 불렸다는 데서 유래한다.

3) 불필요한 어미도 없애자
오해는 마십시오. 여러분의 [어미]가 아니라 [말끝]의 뜻인 [어미]니까요^^(썰렁했군요)

예문1)
천연 우라늄 광석은 폭탄의 원료로써 사용되는 우라늄 235가 약 0.7%가 함유되어 있으며, 나머지로는 비분열성인 우라늄 238로써 되어 있다. 우라늄 238에서 우라늄 235를 추출해 냄으로써 순도 90% 이상으로 제조한 것이 원자폭탄의 에너지원이 된다.

먼저 이 문장은 전체가 수동형인데 능동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로써]는 도구나 수단을 나타내는 어미인데, [-로]로 줄여 쓸 수 있으며, 또한 [사용]이란 단어도 꼭 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함유]는 [내부에 포함한다]는 의미이므로 앞에 굳이 [속]을 쓸 이유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있다]는 표현도 불필요합니다.

천연 우라늄 광석은 폭탄의 원료인 우라늄 235를 약 0.7% 함유하며, 나머지는 비분열성인 우라늄 238이다. 우라늄 238에서 우라늄 235를 추출하여 순도 90% 이상으로 제조한 것이 원자폭탄의 에너지원이다.

예)마음 속 깊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 마음 깊이 ([마음]은 이미 안이므로)
저 녀석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 머리에는 ~ (들어있다는 말이 뒤에 나오므로 굳이 [속]을 덧붙일 이유가 없으므로)

*그러나 강조의 의미로는 써도 무방합니다.
내 마음 속 깊이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전쟁의 비참한 광경이 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어미를 덧붙이는 예를 몇 가지 더 들어보겠습니다.

예문 2)
1980년에 지미 카터를 누르고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은 단순하게는 젊은 시절에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할리우드에 파견된 FBI 요원이었다고들 한다.

밑줄 친 부분은 모두 생략해도 좋으며 [단순하게는 ~]은 [단순히]로 고치면 됩니다.

4)불필요한 보조용언 사용을 줄이자

예문1)
옛날, 바그다드에 그 누구보다도 이야기를 더 잘하는 샤하라자데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고 있었다.
→ 살았다
전 강의에서 배웠듯이 밑줄 친 [살고 있었다]에서 [살고]는 본용언이고 [있었다]는 보조용언입니다. 보조용언이 문장에서 담당하는 기능은 어감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①나는 어찌나 화가 나는지 그 보고서를 내던졌다.
②나는 어찌나 화가 나는지 그 보고서를 내던져 버렸다.

이 두 문장을 비교하면 보조용언 [버렸다]를 사용한 ② 문장이 좀더 강한 느낌이 듭니다. 이럴 때의 보조용언 사용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예문에서 보조용언 [있었다]는 경우가 다릅니다. [있었다]는 의미를 굳이 강조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때의 보조용언 사용은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조용언은 상황에 따라 강조나 과장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면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남발하면 문장이 불필요하게 늘어지고 산만한 느낌을 줍니다.

다음 문장을 보겠습니다.

예문2)
「야아, 처음에는 힘들었지요」라며 타구찌는 솔직히 ①밝혀 주었다. 다만 힘들었다는 말을 ②하고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 온화한 표정을 ③하고 있기는 했다.
「70년대 후반 소비재의 통신판매는④보급되어 있었지만 생산재 쪽은 전혀 없었습니다. 카탈로그에서 공구를 산다니 농담하지 마. 더구나 정가판매라니..... 하는 시대였으니까요. 자신은 꽤 있었지만 정작 카탈로그를 ⑤만들어 내어 손님들에게 돌렸어도 주문은 전혀 없었습니다」

고쳐야 할 곳이 많은 문장인데, 일단 보조용언 부분만 관련지어 말씀드리지요. 보면 금세 감이 오시겠지만, 어떻습니까. 무척 지저분하지요? [-있다]는 보조용언이 무려 3개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밑줄을 긋고 표시를 하니까 드러나지만, 실제 번역문을 작성할 때 알면서도 무심코 이런 문장을 쓰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평소에 이런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① 밝혔다
② 하기는
③ 보급되었지만
④ 만들어

◆확인문제 ◆

이러한 키스는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분리시키기는커녕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하며 우리와 동류인 사람들 한가운데에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또한 축제, 결혼,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우리는 서로 간의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인사로서도 키스를 나누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과 동일한 순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도 키스를 합니다. 부인께서도 느끼셨겠지만 우리는 키스를 할 때 상대방을 껴안습니다. 서로를 품에 안고 상대방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밀착시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두 육체를 분리시키고 있던 거리를 허물어 버리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하나의 아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이 때 입술은 종석을 이루게 됩니다...

해설과 답 보기

이러한 키스는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①분리시키기는커녕②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하며 우리와 동류인 사람들 한가운데에 ③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또한 축제, 결혼, 생일과 같은 특별한 ④날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⑤불어넣어 줍니다... 우리는 ⑥서로 간의 사랑을 표시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⑦인사로서도 키스를 나누며 상대방을 인정하고 ⑧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과 동일한 순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도 키스를 합니다. 부인께서도 느끼셨겠지만 우리는 키스를 할 때 상대방을 껴안습니다. 서로를 품에 안고 상대방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밀착시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두 육체를 ⑨분리시키고 있던 거리를 ⑩허물어 버리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하나의 아치를 만들어 ⑪내는 것이며 이 때 입술은 종석을 이루게 됩니다...

①, ⑨ [~시키기]는 사역의 의미인데, 오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는 불필요한 말입니다.
→ 분리하기는커녕,
→ 분리하고

② 뒤에 [들어가게]란 말이 나오므로 굳이 [속으로]란 말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며

③ 여기서 조사 [-의]는 생략 가능합니다.
→ 우리 ~

④[-들]은 불필요한 복수표현입니다.
→ 날뿐만 ~

⑤ 보조용언 [줍니다] 역시 생략이 가능합니다.
→ 불어넣습니다

⑥ [사이]의 의미인 [-간] 역시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여기서는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 서로의 ~

⑦ 자격을 나타내는 조사 [로서]와 역시 그렇다는 의미의 조사 [~도]가 붙어 불필요하게 길어졌습니다.
→ [인사로도]

⑧ 동일한 어구(보여 주기 위해~)가 반복되어 거친 느낌을 줍니다. 유달리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공통어구를 반복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되도록 구사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받아들이고 있고, 상대방과 동일한 순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도

⑩, ⑪ 불필요한 [~것]을 생략해야 합니다.
→ 허물어 버립니다, 또는 허물어 버리고 맙니다
→ 내며 는 내용이군요..  ..  
 
 출처: 에듀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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